
임상시험 다양성(Diversity)과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제 치료제로 사용될 때 유효성과 안전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디데이터(MEDIDATA)는 최근 '임상시험 다양성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엔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참여자별 분석 결과가 담겼다. 메디데이터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임상시험 CRO 기관이다. AI 인텔리전트 트라이얼스(Intelligent Trials) 플랫폼을 기반으로 임상시험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메디데이터는 "분석 결과에서 임상시험 참여자의 인종별 불균형이 확인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의약품이 모든 인종에서 동일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은 인종, 연령, 성별, 민족성 등 생물학적 차이와 주로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인종에 따른 의약품 반응과 효과는 크게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은 임상시험 설계에서 가교시험(Bridging study)을 요구한다. 특히 미국, 유럽과 같은 다인종 국가에서는 임상시험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미국 FDA는 지난해 4월 임상시험 대상자의 인종 및 민족성 등 다양성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어 미국종양학회(The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와 지역암센터협회(The Association of Community Cancer Centers)도 같은 해 5월 암 임상시험에서 형평성, 다양성, 포용성(EDI)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권고사항과 전략을 제시하는 연구 성명을 발표했다.

메디데이터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97만2773명이 참여한 임상시험 4003건을 기반으로 인종별 임상시험 현황을 분석했다. 미국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는 대상자 중 흑인이 1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미국 인구조사국이 2020년 집계한 미국인 중 흑인의 비율 14.6%와 유사한 수치다.
그러나 치료영역, 적응증 등 세분화 결과에서는 흑인의 임상시험 참여 비율이 대표성을 띠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항암제 임상시험에서는 참여자 중 흑인은 8.3% 불과했고, 폐암 임상에는 8.1%, 유방암 임상에는 11.4%에 그쳤다.

또한 중추신경계(CNS) 관련 임상에는 12.5%로 집계됐고, 특히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흑인 참여자 비율은 5.0% 뿐이었다. 이는 알츠하이머 협회에서 발표한 흑인이 백인보다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치매 질환 발병률이 2배 높다는 연구결과에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다. 즉,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실제 흑인에게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나타내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종뿐만 아니라 연령의 불균형도 확인됐다. 미국 FDA 의약품 평가 및 연구센터 조니 로우 박사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신약 및 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 참여자를 연령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약 및 바이오의약품 44품목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166건의 성인 대상자 22만955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령별 질환 유병률에 비해 실제 해당 연령 참여자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세포폐암은 75세 이상 환자 유병률이 42.8%이나, 임상시험에는 7.3%만이 참여했다. 반면 임상시험 참여비율이 58%로 과반수를 차지한 40~64세의 유병률은 21.5%에 그쳤다.
우울증은 비율의 차가 더 심했다. 연령별 우울증 유병률은 △55~64세 50% △75~79세 9% △80세 이상 14%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실제 임상시험 대상자는 △55~64세 71.4% △75~79세 2% △80세 이상 1%로 나타나, 대표성에서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메디데이터는 “임상시험에서 다양성을 충족시키고, 개선시키는 것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기존 방식의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상자 모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약업신문](yakup.com)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입력 2023.03.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