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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떠나다” … 무서운 치매 과학자 알츠하이머

산포로 2008. 6. 6. 15:47

“영혼이 떠나다” … 무서운 치매 과학자 알츠하이머,

체계적 연구결과 제시 2008년 06월 05일(목)

▲ 알츠하이머는 치매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연구에 매달린 과학자다. 
21세기 가장 무서운 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치매는 그리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치매를 뜻하는 영어 'dementia'는 어원이 ‘떠나다, 분리되다’라는 de와 마음(mind)을 뜻하는 'mens'의 합성어다. 즉 정신이 떠나버린 질병이라는 말이다. 영혼이 육체에서 떠나 자신이 누군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치매의 증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치매는 환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의 꿈을 앗아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또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경우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때에 따라 3~4명의 간호인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    

치매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연구를 한 사람은 독일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가 최초다. 오늘날 치매를 그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로 부르는 것도 바로 그의 체계적인 연구결과 탓이다.

신경병리학자인 알츠하이머는 1901년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자 요양원(Frankfurt Asylum)에서 치매에 걸린 51세의 한 여성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이름이 아우구스테 데테르(Auguste Deter)인 여성을 환자로 돌보면서 이상한 행동을 계속 관찰하고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스승인 크레펠린이 높이 평가해

1906년 치매가 심해져 죽을 때까지 지켜본 알츠하이머는 그녀를 ‘D 부인(Mrs. D)’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녀가 죽자 진찰기록과 그녀의 뇌를 자신이 몸담고 있던 뮌헨대학의 크레펠린(Kraepelin) 연구소로 보냈다.

에밀 크레펠린은 알츠하이머의 스승으로 독일이 낳은 유명한 정신의학자다. 심리학과 정신병 연구의 대가로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냈다. 근대 정신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각 정신질환을 계통적으로 분류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의학의 진단과 개념의 기초를 확립한 의학자다.

▲ 최초의 알츠하이머로 알려진 여성. 알츠하이머는 이 여성을 상대로 치매를 연구했다. 
알츠하이머는 크레펠린 연구소에서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D 부인의 뇌를 부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뇌가 정상인의 뇌와는 달리 신경세포가 심하게 손상돼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오래된 호두알처럼 많이 쭈그러들어 있었다.

흥미를 느낀 알츠하이머는 뇌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리고는 괴상한 반흔을 발견했다. 노인성 반흔으로도 불리는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가 바로 그것이다. 이 반흔은 지금도 치매 여부를 가리는 진단용으로 반드시 필요한 징후다.

알츠하이머는 자신의 연구를 요약해 1906년 11월 논문으로 발표했다. 치매에 대한 체계적인 의학적 연구가 처음 탄생한 것이다.

스승인 크레펠린은 알츠하이머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치매라는 병의 이름을 ‘알츠하이머 병(AD)’으로 명명했다. 알츠하이머는 자신이 그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다. 그리고 그는 1915년 51세의 비교적 짧은 나이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독일의 정신의학은 ‘인종청소’ 과학으로 변질 돼

이처럼 당시 뮌헨 대학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히틀러의 집권 후 독일의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쇠퇴의 길을 걷는다.

특히 독일의 정신의학은 유태인을 말살하기 위한 ‘인종청소’의 과학으로 변질하게 된다. 유명했던 정신의학은 땅에 묻히고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으로 향한다. 알츠하이머가 유명하게 등장한 것은 불과 15년에 불과하다. 아마 히틀러가 독일의 정신의학을 왜곡시키지 않았다면 치매를 비롯해 뇌와 정신의학이 상당히 진보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이제 알츠하이머 과학자를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치매 알츠하이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름도 없는 무명의 알츠하이머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그의 스승 크레펠린이다.

제자의 논문을 도용한 사건들이 줄을 이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연구는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해 준 스승 크레펠린 또한 위대하다. 스승의 모델이다. 알츠하이머는 자신이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겠지만 정신의학의 대가인 그의 스승은 잘 알고 있었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8.06.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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