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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실험 신약, 상용화 착수”

산포로 2021. 4. 23. 14:25

“알츠하이머 실험 신약, 상용화 착수”

뇌세포에서 노폐물 제거해 기억력과 보행능력 등 향상시켜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연구팀이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증상을 역전시키는 실험 약물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이 약물은 원치 않는 단백질을 분해하거나 재활용해 제거하는, 세포 세척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생명공학저널 ‘셀’(Cell) 22일 자에 발표하고, 상용화를 위한 제약사를 설립해 현재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를 함께 이끈 앨버트 아인시타인대 발달 및 분자생물학 교수이자 신경퇴행성 질병 연구 그룹 석좌인 애나 마리아 쿠에르보(Ana Maria Cuervo) 박사는 “쥐 실험을 통한 발견이 항상 인간,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여하는 세포 세척의 감퇴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도 발생함으로써 이 약물이 인체에도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쿠에르보 박사는 1990년대에 ‘보호자-매개-자가포식(chaperone-mediated autophagy; CMA)’으로 알려진 세포 정화 과정을 발견해, 이 과정이 건강과 질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문을 200편이나 발표한 바 있다.

 

CMA는 노화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원치 않는 단백질들이 세포를 손상하는 불용성 덩어리로 축적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모든 신경퇴행성 질환은 환자의 뇌에서 독성 단백질 응집체가 발견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뉴런에서의 CMA 손실은 알츠하이머 발병에 기여한다는 점과 그 반대의 경우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CMA와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나타냈다.

 

뉴런에서의 보호자-매개 자가포식(CMA). 손상된 타우 단백질(녹색) 분자를 호위하는 단백질 보호자(빨강색 원)가 세포의 리소좀(주황색)에 있는 LAMP2 수용체(파란색)에 도킹해 타우 단백질을 리소좀 내부로 밀어 넣어 분해시킨다. ©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CMA와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 정립

 

쿠에르보 박사팀은 먼저 손상된 CMA가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기여하는지의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실험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흥분성 뇌 뉴런에서 CMA를 제거했다.

 

어떤 유형의 뇌세포에 CMA가 없으면 단기 기억 상실, 보행 장애와 함께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설치류 모델에서 종종 발견되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CMA 부재는 세포의 단백질 조절 능력인 단백질 항상성(proteostasis)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것.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용해되는 단백질이 불용성으로 바뀌어 독성 응집체가 될 위험이 높아진다.

 

쿠에르보 박사는 또한 반대의 경우, 즉 조기 알츠하이머병이 역으로 CMA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졌다. 이런 의구심 아래 연구팀은 결함이 있는 타우 단백질을 만들도록 조작된 조기 알츠하이머병 쥐 모델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 복제본들은 함께 응집돼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섬유 엉킴을 형성한다는 증거가 밝혀졌다.

 

연구팀은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뇌 영역인 해마의 뉴런들 안에 있는 CMA 활동에 초점을 맞춰, 이 CMA 활동이 대조군 동물보다 현저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CMA 활동 크게 억제돼

 

그러면 조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에게서도 CMA 활동이 차단될까?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와 건강한 비교 대상 그룹의 사후에 얻은 뉴런의 단일 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조사했다. 시퀀싱 데이터를 보면 뇌 조직에서의 CMA 활동 수준을 알 수 있다.

 

확실하게,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CMA 활동이 다소 억제됐고,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된 환자의 뇌에서는 CMA 활동이 훨씬 크게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쿠에르보 박사는 “사람들이 70~80세에 도달하면 CMA 활동이 어렸을 때에 비해 약 30% 정도 감소한다”며, “대부분의 사람들 뇌는 이런 감소를 보상할 수 있으나, 신경퇴행성 질환이 혼합되면 뉴런의 정상적인 단백질 구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CMA 결핍이 알츠하이머 병리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질병 진행을 크게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 모델을 CA 약물로 치료한 것(오른쪽)과 치료하지 않은 것과의 비교. 약물 치료를 받은 쥐의 뇌 뉴런에는 치료받지 않은 쥐에 비해 독성 단백질 덩어리가 훨씬 적게 나타나 있다. ©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신약, 뉴런 청소하고 증상 역전시켜

 

이런 고무적인 발견에 힘입어 쿠에르보 박사팀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다.

 

쿠에르보 박사는 “CMA가 결함이 있는 타우 및 기타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그러나 알츠하이머 및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에 포함된 결함 단백질의 양이 CMA를 압도해 본질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약물은 CMA 핵심 성분의 수준을 높여 CMA의 효율성을 되살리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CMA에서 보호자(chaperones)로 불리는 단백질은 신체 세포의 손상되거나 결함 있는 단백질과 결합한다. 보호자들은 이 화물을 세포의 리소좀(효소로 채워진 막 결합 작은 세포 기관)으로 운반해 폐기물을 분해하고 재활용한다.

 

그러나 화물을 성공적으로 리소좀에 가져가려면 보호자가 먼저 리소좀의 막에서 나오는 LAMP2A라는 단백질 수용체에 있는 물질에 접속(dock)해야 한다.

 

리소좀에 LAMP2A 수용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CMA의 활동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데, CA라고 불리는 신약은 LAMP2A 수용체 수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쿠에르보 박사는 “사람은 일생 동안 동일한 양의 LAMP2A 수용체를 생성한다”라고 말하고, “이런 수용체는 나이가 들면서 빨리 약화되기 때문에 원치 않는 단백질을 리소좀으로 전달하는 수용체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약인 CA는 수용체 LAMP2A를 젊은이 수준으로 회복시켜 CMA가 타우 및 기타 결함 있는 단백질을 제거해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형성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쿠에르보 박사팀은 처음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리소좀을 분리하고, LAMP2A 수용체 수가 감소하면 인간에게서도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와 마찬가지로 CMA가 손실된다는 사실을 이번 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에 보고한 바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공동으로 연구해 제약 벤처를 설립하고 신약을 개발 중인 미국 앨버트 아인시타인대 애나 마리아 쿠에르보 교수. ©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연구팀은 신약 CA를 두 가지 쥐 모델에 대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두 질병 모델 쥐에게 4~6개월에 걸쳐 CA를 경구 투여한 결과, 기억력과 우울증 및 불안이 개선돼 건강한 대조군과 거의 비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 장애가 있던 쥐는 보행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두 모델의 뇌 뉴런에서는 약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타우 단백질과 단백질 덩어리 수준이 현저하게 감소됐다.

 

쿠에르보 박사는 “두 동물 모델들은 실험 당시 이미 질병 증상이 나타났고 약물 투여 전에 신경세포가 독성 단백질로 막혀 있었다”라고 전하고, “이번 투약 실험 결과는 약물이 질병 후기 단계에서도 뉴런 기능을 보존하는데 도움일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또 이 약물이 뇌 신경세포를 둘러싼 세포에 염증과 흠집을 내는 신경교증(gliosis)을 크게 감소시켰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했다”라며, “신경교증은 독성 단백질과 관련이 있고, 신경퇴행성 뇌질환을 지속, 악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 CA 약물은 이번 연구를 함께 이끈 에브리티오스 가바티오티스(Evripidis Gavathiotis) 생화학 교수가 설계한 신약으로, 장기간 매일 투여하더라도 다른 신체기관에는 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에르보와 가바르티오티스 교수는 보스턴의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Life Biosciences) 사와 협력해 셀파지 세라퓨틱스(Selphagy Therapeutics)를 창립하고, 현재 알츠하이머병과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를 위한 화합물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