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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대란은 생물다양성 파괴 때문”

산포로 2008. 6. 6. 16:24

“식량대란은 생물다양성 파괴 때문”

‘최후의 날 저장고’의 파울러 대표와 최재천 교수 2008년 05월 09일(금)

현실은 상상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호기심과 더불어 상상력은 과학과 미래의 필수요건이다. 지난 6일부터 3일간 서울디지털포럼 2008’이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에서 열렸다.SBS가 5번째 개최한 행사로 올해는 '상상력'을 주제로 우리의 통찰력과 가능성을 진단하고 상상력을 현실로 연결시킨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이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註]

▲ 최 교수는 식량대란은 생태학자들이 이미 수차례 경고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지털포럼 현재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식량대란은 생태학자들이 이미 예견했고 경고했던 일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농업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농업 속에는 중요한 생명들이 존재합니다. 생물 다양성이 농업 속에 있고 인류의 소중한 미래 역시 농업 속에 있습니다. 그러한 농업을 버렸기 때문에 대란에 직면하게 된 것이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최근 일고 있는 세계적인 식량대란과 관련 농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지적하면서 “식량대란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더구나 농업을 포기하고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대란 속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웃 일본은 그래도 경작지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생명의 현장인 농업을 무시했기 때문”

한국생태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쌀 만 빼놓고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그 동안 정부가 취해온 농업정책이 너무나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전 세계의 식량유통구조를 쥐고 있는 미국의 곡물 메이저들의 권력은 석유 메이저들의 힘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1세기에 가장 부족한 3가지는 음식, 에너지, 물로 세 가지 이니셜을 따면 영어로 FEW가 된다”며 “이는 거의 없어 바닥이 난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재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문제 또한 심각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에너지는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물과 식량은 대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량과 물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류독감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생태환경 보존활동에 깊이 간여해온 최 교수는 국내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조류독감(AI)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식량과 같은 식물만 필요한 게 아니라 동물도 모두 소중하다”고 강조하면서 “조류독감도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지난 IMF 경제위기 때 모든 물가가 올랐지만 중요한 식품인 달걀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조류독감 등으로 앞으로 닭장에서 닭이 사라진다면 그 또한 우리의 커다란 식량환란으로 다가 올 수 있다”고 전했다.

▲ 캐리 파울러 박사는 '최후의 날 종자 저장소' 설립을 주도한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의 대표다. 
“생태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미래가 불안하고 비관적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노력들도 따지자면 생물다양성의 ‘멸망’의 속도를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불편한 삶을 살려고 하는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낙관적인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 해답은 불편한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한편 캐리 파울러(Cary Fowler) 세계작물다양성재단(Global Crop Diversity Trust) 대표이사도 최 교수와 함께 기자 회견장에 참석했다. 그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대표로 있는 이 재단은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해 씨앗금고인 ‘운명의 날 저장고 (Doomsday Vault)’ 설립을 이끌었다.

노르웨이 북쪽 섬 스발바르드(Svalbard)에 설립된 이 저장고는 급격한 기후변화, 운석충돌 또는 핵전쟁 등의 대재앙으로부터 지구상의 다양한 식물종자를 보존하기 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다. 지난 2월26일 문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파울러 대표는 “우리가 먹는 밀의 경우 각기 다른 종류의 종자가 20만 개에 이르며 쌀도 30~40만개로 식물유전자가 다양했지만 지금은 농업의 기업화, 글로벌화로 점점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건강한 식량의 증산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50년경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50%가 늘어나 무려 9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UN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파울러 대표는 “세계 인구가 굶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곡물 유전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필수”라며 “이러한 심각성을 전파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재단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르웨이 스발바르드 섬에 설립된 '최후의 날 종자 저장소'는 지난 2월26일 문을 열었다. 
파울러 대표는 “지난 몇 년 간 세계적으로 식량의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아 식량 비축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이 같은 상황으로 폭등한 식료품 가격이 단기적으로는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식량위기가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식량 증산이 필수적인데 기후변화 환경 속에서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더 적은 농지, 더 적은 물과 에너지를 사용해서 식량을 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울러 대표는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가 식량위기를 부채질 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농업을 포기하고 생물 다양성 파괴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작물의 다양성 문제에 30년 이상 관여했다.

김형근 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8.05.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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