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은 훈풍 부는 고향에서”…코스닥 문 두드리는 美 보스턴 K-바이오
제노스코·인제니아 테라퓨틱스·오름테라퓨틱
“올해부터 바이오 투자심리 해빙 기대”
레고켐 알테오젠 성공 사례 기대감
국내 R&D센터 짓고, 원천 기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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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에 기반을 둔 바이오연구벤처 제노스코는 최근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제노스코는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로, 유한양행이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에 약 1조 6000억원 규모로 기술을 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최초로 발굴한 곳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을 코스닥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보스턴에 진출한 한국의 바이오벤처들 가운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더 있다. 한국 과학자들이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창업한 바이오벤처들이 한국 자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노스코와 인제니아 테라퓨틱스, 오름테라퓨틱이 최근 국내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세 기업은 한국인 과학자들이 미국 보스턴에서 창업한 바이오벤처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노스코는 LG화학(439,500원 ▲ 8,500 1.97%) 출신의 고종성 박사가 지난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설립한 회사다. 제노스코가 발굴한 첫 신약 후보물질이 국내 첫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신약인 렉라자다. 고 대표는 국내 최초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를 개발한 국내 신약개발 1세대로 통한다.
인제니아는 삼성종합기술원(SAIT) 출신의 한상열 대표가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개발된 원천 기술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지난해 2022년 미세혈관을 회복시키는 매커니즘의 후보물질을 전임상 단계에서 미국 바이오텍에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인제니아는 내년 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얼마 전 삼성증권(41,250원 ▲ 200 0.49%)과 하나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 회사는 창업은 미국에서 했지만, 원천기술이 한국에서 태동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에 맞춰 지난 2월 서울 홍릉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한국 법인과 연구소 설립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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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스는 LG생명과학 출신의 이승주 박사가 김용성 아주대 공대 교수와 대전에서 창업한 후 보스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한 바이오벤처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임상 1상 단계의 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약 1억 8000만 달러(약 2340억원) 규모로 이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기술이전 당시 초기 계약금만 1억 달러(약 1300억원)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개발 초기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할 때, 개발 단계별 기술료 등을 계약서로 명시하는 대신 초기 계약금은 적게 주는 관행이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초기 계약금부터 큰 금액을 받아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 진출한 유망 바이오벤처들이 국내에서 상장 준비에 나선 것은 올해 국내 자본시장의 부활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제약 바이오 투심이 얼어 붙으면서, 상장을 미루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업계에서는 올해부터는 바이오 투자에도 해빙기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의 제약 바이오 육성 분위기도 이들이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에 인수되고, 알테오젠이 미국 머크(MSD)에 대규모 기술 이전에 성공한 것도 해빙 분위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미국에 진출한 벤처가 나스닥이 아니라 코스닥에 눈을 돌리는 것은 주요 투자자 가운데 국내 투자자가 많아서인 것도 배경이 된다. 일례로 인제니아만 해도 주요 투자자 중 하나는 국내 제약사인 휴온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벤처들은 라이센스아웃이나 엑시트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나스닥은 이런 경우 상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들이 한국 시스템에 익숙하다면, 한국에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chosun.com) 김명지 기자 입력 2024.03.1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