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세를 인상했더니 신생아와 유아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연구팀이 전 세계 159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담배세 인상과 신생아·유아 사망률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나는 분석이다.
앤서니 래버티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공중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159개국의 신생아와 유아 사망률, 담배 과세, 국내 총생산, 출산율, 교육 접근성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글로벌 공중보건’에 17일 공개했다.
임산부와 아기가 흡연과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신생아나 유아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 전문가들은 담배세 인상을 담배 흡연과 관련 건강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고 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2008~2018년 사이 전 세계 평균 신생아 사망률은 매년 1000명 당 14.4명으로 나타났다. 신생아는 생후 4주 간을 일컫는다. 1살 미만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4.9명이었다. 다만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중간소득 국가 간 차이가 발견됐다.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유아가 매년 1000명당 33명이 목숨을 잃은 반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생아는 저소득·중간소득 국가가 19명, 고소득 국가가 4명으로 나타났다.
소매가 대비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의 전 세계 평균은 49.1%로 나타났다. 다만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는 11.2%, 고소득 국가는 42.1%가 담배 과세율 약 75%를 달성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세율을 75%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담배 제세부담금도 판매가격 대비 약 74%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담배세가 10% 포인트 증가하면 신생아 사망률이 2.6% 감소했고, 유아 사망률은 9%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2018년에 만약 모든 국가가 담배세를 75%까지 끌어올렸다면 유아 사망을 23만1220명, 신생아 사망은 18만1970명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미 WHO 권고의 담배세를 적용하고 있는 한국에선 이번 분석을 적용하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9월 내놓은 ‘교정 기능 강화를 위한 소비세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의 제세부담금이 지속적으로 인상시켰지만 연도별 현재 흡연율을 살펴보면 담배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20.9%, 2016년 21.0% 등 2014년 이전의 흡연율에 비해 약 2% 포인트 정도 감소했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고농도 니코틴·타르 담배 흡연자일수록 담배 가격이 오른다고 덜 피우지 않았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담배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흡연자의 흡연 정도, 흡연 행태에 따라서 나타나며 과흡연자들이 유발하는 흡연의 비용이 더 크다면 정책적으로 이들에 대한 교정기능을 포함한 세율 개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2.03.1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