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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핀치새, 가뭄 6번 후 부리 모양과 노랫소리 달라져”

산포로 2024. 10. 18. 10:20
  “다윈의 핀치새, 가뭄 6번 후 부리 모양과 노랫소리 달라져”

美 연구팀 "환경 변화가 새 종 출현으로 이어지는 과정 실험으로 확인"

 

다윈의 진화론에 큰 영향을 준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가 가뭄을 6번 겪으면 부리 모양이 변하면서 같은 종끼리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노래가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는 환경 변화로 인한 새로운 종 출현 과정을 실험으로 처음 확인한 것이라며 가뭄으로 인한 부리 변화로 노랫소리가 달라지는 게 종 인식에 영향을 미쳐 종 분리를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윈의 중간 땅 핀치(Darwin’s medium ground finches). 다윈의 중간 땅 핀치(Darwin’s medium ground finches)의 부리는 딱딱한 씨앗의 껍질을 부수도록 진화했다. ⓒAndrew Hendry 제공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제프리 포도스 교수팀은 11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가뭄에 따른 먹이 변화로 발생하는 다윈의 중간 땅 핀치(Darwin’s medium ground finches) 부리 변화와 그에 따른 노랫소리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생태 변화가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이어진다는 생태학적 종 출현 이론은 경험에 따라 널리 받아들여져 왔지만, 지금까지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려웠다. 다윈의 진화론에 큰 영향을 준 갈라파고스 제도의 큰 땅 핀치와 중간 땅 핀치, 작은 땅 핀치 등은 변화하는 생태 환경에 적응하면서 부리의 두께와 크기 등이 달라져 짝짓기에 필요한 노랫소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이전 연구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지금까지 어떤 생태 변화가 얼마나 지속돼야 새로운 종 출현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포도스 교수는 “2001년 핀치새에 대한 첫 논문에서 다윈의 핀치새 부리 변화가 노래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변화가 생태학적 종의 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이를 증명할 실험적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가뭄에 따른 부리의 변화와 부리 변화로 인한 노랫소리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가뭄이 여러 차례 지속될 경우의 노랫소리를 만들어 내고, 이를 중간 땅 핀치에게 들려주면서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가뭄이 발생할 때 일어나는 중간 땅 핀치 부리 변화. 시뮬레이션 결과 가뭄이 발생하면 다윈의 중간 땅 핀치(Darwin’s medium ground finches)의 부리는 딱딱한 씨앗을 부수기 좋게 두꺼워지고 커지게 되며 이에 따라 노랫소리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cience, Jeffrey Podos et al. 제공

 

포도스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가뭄이 계속될 때마다 부리는 단단한 씨앗을 부수기 좋게 점점 더 두꺼워지면서 노래 속도는 더 느려지고 소리 대역폭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가뭄을 1번, 3번, 6번 겪은 중간 땅 핀치의 노랫소리를 시뮬레이션해 수컷 중간 땅 핀치에게 들려준 결과 1번과 3번 가뭄 후 노래에는 이전과 같은 반응을 보였으나 6차례 가뭄 후의 노래에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간 땅 핀치가 일반적으로 (같은 종의) 다른 새 소리를 영역 침범으로 간주해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가뭄을 6번 겪어 부리 모양이 변한 다른 중간 땅 핀치를 동종의 짝짓기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처럼 생태 변화로 부리 모양이 변하고, 부리 변화가 동종 간 짝짓기에 필요한 노랫소리 변화로 이어져 짝짓기에 장벽이 생기면 새로운 종 출현할 수 있다.

 

포도스 교수는 “이 결과는 갈라파고스 중간 땅 핀치가 큰 가뭄을 6차례 겪으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개념적 혁명이 아니라 생태학적 종의 다양성과 그 타당성을 경험적,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Jeffrey Podos et al., ‘Ecological speciation in Darwin’s finches : Ghosts of finches futur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j4478

 

연합뉴스 2024.10.15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