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비는 국가 방위와 비슷하다”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과학기술대전 바이오포럼…코로나19 퇴치 전략 모색
우리나라 과학기술 성과를 돌아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를 조망해 보는 행사인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사이언스올 | (scienceall.com)>’이 지난 21일 온라인상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과학기술로(路), 미래의 희망을 현실로 그리다’를 주제로 오는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는 바이오 및 환경 등 요일별 주제에 따라 국가 연구개발 성과와 포럼, 그리고 강연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전문적인 연구성과와 과학지식은 물론 다양한 과학문화 콘텐츠를 참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K-방역의 성과는 고품질의 진단장비 덕분
첫째 날 행사인 바이오 포럼에서 ‘뉴노멀 시대 감염병 연구의 미래’에 대해 발표한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코로나19 국내 발병 후 우리나라가 보여준 ‘K-방역’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류 센터장은 K-방역의 성과 요인으로 △진단키트 확보 등을 통한 신속한 대응 △메르스를 겪으면서 준비한 음압 병상 등 의료체계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인지 등을 들었다.
그는 “감염병 진단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품질의 진단키트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병하자마자 이를 활용하여 진단과 추적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확보했던 음압 병상 같은 기반 시설 등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효과적인 K-방역 구축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류 센터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방역이 아닌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는 류 센터장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표적 치료 방법인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의 경우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후보 신약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약물재창출이란 원래 다른 질병의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가리킨다. 기존 신약개발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급성 췌장염 치료제 및 혈액항응고제로 쓰이는 약물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사례를 들 수 있다.
플랫폼과 인프라 활용한 코로나19 퇴치 전략
약물재창출 외에 류 센터장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기대를 걸고 있는 대상은 두 가지다. 일종의 백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국제기구전염병혁신연합(CEPI) 중심의 백신을 개발하는 것과 감염병 인프라의 하나인 ABSL-3다.
CEPI는 메르스를 포함한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기구다. 본부는 노르웨이에 있고 독일과 영국, 그리고 일본 등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약 6조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CEPI가 중심이 되어 개발한 백신으로는 요즘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모더나의 mRNA-1273과 또 다른 바이오제약기업인 이노비오의 INO-4800 등이 있다.
또한 ABSL-3는 동물 이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을 의미한다. 영장류와 포유류, 그리고 마우스 등 동물 감염 모델을 활용하여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시설이다. 현재 생명공학연구원 오창 분원과 정읍 분원, 그리고 전북대 부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등 소수 기관만이 ABSL-3를 운영하고 있다.
류 센터장은 “ABSL-3는 설치에 5년 정도가 소요되는 까다로운 시설이어서 그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라고 소개하며 “사람에게 접종하기 전에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를 이용해 안전성을 실험하는 시설인 만큼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류 센터장은 코로나19 퇴치에 필요한 요소로 국제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앞으로 아시아에서 다시 감염병의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하며 “국제 공조 기반의 ‘아시아·태평양 감염병 예측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류 센터장은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은 국방과 비슷하다”라고 전제하며 “미리 지속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바이오 성과를 공유하는 온라인 전시회도 함께 열려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 속의 K-바이오, 혁신과 도약의 길’을 주제로 제공된 온라인 전시회는 지금까지 거둔 눈부신 성과들을 공유하고 미래를 선도할 바이오 분야의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열렸다.
어려운 기술들이지만 주최 측은 가급적 쉽고 재미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참관객들에게 과학이 주는 재미를 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꾸몄다. 예를 들어 미래에는 ‘뇌 마음대로’라는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술은 뇌와 기계 간의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하여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하면 반려동물과의 교감도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게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2020.12.2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