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사촌’ 데니소바인, 동남아에도 살았다
라오스서 13만년 전 어금니 발견

라오스의 동굴에서 5만년 전 멸종한 데니소바인의 치아가 발견됐다. 데니소바인 화석은 그동안 시베리아와 티베트에서만 발견됐는데 이번 연구로 활동 영역이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로라 섀클퍼드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라오스 동굴에서 13만년 전 데니소바인 소녀의 어금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손가락뼈와 어금니가 처음 발견된 시베리아의 동굴 이름을 딴 고생 인류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같은 호모속(屬)이다. 3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갈라진 종으로 추정되지만 두개골 화석이 나오지 않아 생전 모습은 알 수 없다.
미국과 프랑스, 덴마크, 호주, 라오스 공동 연구진은 2018년 라오스 북동부의 석회암 동굴인 ‘탐 은구 하오’에서 발굴된 어금니 화석을 분석했다. 동굴에서는 코뿔소, 사슴 등 동물 화석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어금니의 단백질 형태로 3.5~8.5세 소녀의 치아임을 밝혔다.
어금니 화석의 연대는 주변 퇴적물과 다른 동물 화석을 통해 16만4000~13만1000년 전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어금니 형태가 티베트에서 나온 데니소바인 화석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티베트의 턱뼈 화석은 1980년 발굴됐는데, 2019년에야 데니소바인의 화석으로 밝혀졌다.
데니소바인이 동남아시아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오늘날 필리핀과 파푸아뉴기니, 호주 원주민은 유전자 중 5%가 데니소바인과 같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시베리아나 티베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호주에도 데니소바인이 살았다고 추정했다. 호주 플린더스대의 마이크 몰리 교수는 “데니소바인이 한때 남쪽으로 라오스까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남아시아의 데니소바인이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과 만났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생 인류종 사이의 혼혈은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앞서 데니소바 동굴에서는 9만년 전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녀의 화석이 발굴된 바 있다.
조선일보 (chosun.com)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2.05.25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