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년 동물시험 의무화 없애 ‘대체시험’ 세계적 추세로 주목 2027년 4조5000억원 규모로
줄기세포 배양 등 고난도 기술 정부, 표준화 475억 지원 나서 산학 연구 통해 국제공인 준비
동물권 보호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로 사람의 줄기세포 등으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동물대체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유사체’ 혹은 ‘장기모사체’, ‘미니장기’로 불리며 주로 사람의 세포나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 3D 세포 집합체이다. 한스 클레버 네덜란드 후브레히트연구소 교수팀이 2009년 성체 줄기세포로 장관(腸管) 오가노이드를 만든 것이 시작으로, 심장·위·간·피부·뇌 등을 축소한 오가노이드가 개발됐다.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는 오가노이드 =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비임상시험에 동물시험 외에도 다른 대체시험법도 인정 가능하다는 원칙이 포함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현대화법 2.0(Act 2.0)이 지난해 말 발표된 후 어느 때보다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FDA가 동물시험 의무화 조항을 삭제한 것은 약 80년 만으로, 오가노이드 활용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동물권 보호 차원으로, 전 세계에서 의약품 등의 실험에 연간 5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뉴욕주는 올해부터 동물시험을 거친 화장품의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오가노이드는 안전성평가와 효능평가, 재생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동물을 이용한 독성평가의 경우 사람과의 차이로 인해 품목 허가 전의 비임상시험에서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다가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 독성을 나타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의 종 간의 차이로 인한 현상인데, 의약품에서 부작용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인간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는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3200만 달러(약 2조 원)에서 2027년엔 34억2000만 달러(약 4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부터 2027년까지의 오가노이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2.1%에 달한다. 일본도 오가노이드 연구에 빠르게 주목했다. 독성·전임상 대체가 아닌 오가노이드를 실제 임상에 사용한 사례도 있다. 일본 후생성은 장 오가노이드를 인체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승인한 바 있다.
◇기술적 어려움과 국제 표준화 과제 =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등에서 배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생체물질인 만큼 그 기술력이 매우 까다롭다. 세포 수와 크기, 배양과정, 기능평가 지표뿐 아니라 배양 배지와 기간, 저장 및 운송과 관련한 항목까지의 표준화를 고려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바이오 분야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제도권 내에서 독성 및 유효성 평가 등에 활용하기에는 표준화 등의 과제도 있다. 바이오 의약품, 그중에서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있어 세계 표준과 한국 규제 동조화는 규제 당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의 오가노이드 기술 수준은 일부 장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분야로 분류된다. 정부는 기술 규제를 세계화 수준에 맞춰 기술력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과학적 관점에 기반한 표준화를 위해 오는 2024년부터 5년간 475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표준화 연구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식약처 지원 방향은 △오가노이드 및 생체조직칩 활용 독성·유효성 평가기술 표준화 및 최적화 연구 △인공지능(AI) 기반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연구 △생물학적제제 등 품질평가 동물대체시험법 기술 개발 연구 △바이오의약품 등의 품질평가를 위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연구 △동물대체 자원 은행 구축 연구 등이다.
또한 식약처는 산학연관 오가노이드 전문가들로 구성된 오가노이드 표준화연구회(Oranoid Standard Initiative·OSI)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소통채널을 정례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연구사업의 지속적 수행과 산학연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표준화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평가법이 마련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공인 시험법으로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munhwa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입력 2023-11-28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