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학물질’ PFAS, 전 세계 야생동물로 퍼졌다...수도권·경남 일대 어류·조류서 발견
22일 미국의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 보고서
전 세계에 걸쳐 암과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과불화화합물(PFAS)에 노출된 330종의 야생 동물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부근과 남해안 일대에서 PFAS에 오염된 어류와 조류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와 NBC 등 다수 매체는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PFAS가 전 세계 야생 동물에서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PFAS는 불소를 포함하고 있는 수천 가지 화합물을 일컫는다. 내열성과 방수성 때문에 1940년대부터 포장재부터 자동차, 배터리, 의료 장비,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쓰였다. 그러나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 ‘불멸의 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PFAS가 인체에 흡수되면 오랫동안 잔류하며 암과 호르몬 기능 장애, 발달 장애와 태아 기형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에 유럽 환경보호국(EPA)은 지난해 6월 “극소량도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며 PFAS를 유해 물질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은 이달 초부터 2030년까지 PFAS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PFAS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제니퍼 M. 린치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2021년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 거북의 PFAS 농도가 부화 능력 감소와 연관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PFAS에 오염된 야생 동물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발표된 관련 논문 125건을 검토했다. 그 결과 호랑이나 북극곰 같은 대형 포유류부터 파충류, 조류, 어류 등 먹이 사슬 전체에 걸쳐 120 종류의 PFAS가 퍼져있었다. 이를 지도로 정리하자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PFAS에 노출된 야생 동물이 확인됐다.
한국에서는 수도권 부근과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 PFAS에 오염된 붕어, 숭어, 방어, 볼락 등의 어류와 괭이갈매기가 발견됐다. 특히 충남 아산에 위치한 아산호에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취약’ 그룹으로 지정한 잉어에서 PFAS가 검출된 사례가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앤드루스 환경워킹그룹 수석과학자는 “PFAS는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며 “야생 동물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워킹그룹의 선임 과학자인 타샤 스토이버는 “서식지 손실이나 생태계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라면 PFAS에 더 취약하다”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말했다.
연구진은 “이 지도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도에 표시된 것보다 오염 범위는 더 넓을 것”이라 설명했다. PFAS에 오염된 야생 동물이 전 세계에서 관찰된 만큼 PFAS의 영향에 대한 연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톰 플래나긴 미국화학위원회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PFAS 화합물이 같은 것은 아니다”며 “넓은 범위의 화합물을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반박했다.
참고 자료
Environmental Working Group 홈페이지, https://www.ewg.org/interactive-maps/pfas_in_wildlif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