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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등’의 명소… 한낮 풍광도 끝내주네!

산포로 2009. 2. 2. 12:05

‘야등’의 명소… 한낮 풍광도 끝내주네!
서울 아차산-용마산-망우산

아차산 - 용마산 - 망우산 연계산행은 힘들지 않은 평탄한 코스로 3시간 남짓이면 종주가 가능하다. 사진은 북망(北邙)의 고적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망우산의 능선길.

아차산 능선길에 있는 돌무덤.
서울 도심의 아차산(287m)은 ‘야등’ 마니아들의 명소다. 야등? 야간등반! 광진구나 중랑구 등 서울 동부권 주민들은 도보나 지하철로 금방 갈 수 있고, 산책로라 할 만큼 오르는 데 부담이 적고 코스가 단순하다. 무엇보다 한강과 서울시내의 야경이 장관이다.

랜턴 조명이 무색할 만큼 시내의 불빛이 휘황하다(물론 헤드랜턴이나 손전지는 필수다). 어둑해질 즈음이면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이나 광나루역에는 삼삼오오 ‘야등’ 멤버들을 볼 수 있다. 코스가 여러 군데지만 보통 이곳으로 해서 용마산(348m)을 거쳐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을 통해 귀가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낙상이 걱정되는 겨울에도 ‘야등’ 마니아들을 흔하게 보지만 특히 한여름에 많이 만난다. 열대야에 ‘야등’으로 땀을 쭉 빼고 냉수욕을 하고 나면 잠이 슬슬 올 터. 거기다 좀 길긴 하지만 공동묘지가 있는 망우산(281m, 망우묘지공원)까지 내쳐 등반을 한다면 이만한 피서도 없을 것이다. 이 코스에 ‘사색의 길’이 끼어있는 망우산을 꼭 들르시라.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용마산-망우산 종주는 도상으로는 10㎞ 안쪽, 실제는 12㎞ 정도로 3~4시간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설날 전후 강설로 눈이 쌓이기 전에 이 산들을 ‘대낮에’ 종주했다.

아차산은 평일에는 5000명, 주말에는 1만명 정도가 찾는다. 지하철로 가기에 아차산역이 편하다. 안내판대로 따라 10여분 가다보면 영화사(永華寺)가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아차산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들입목이 나온다. 최근엔 광진구가 구의고가차도부터 아차산생태공원 만남의 광장까지 520m 구간에 목재데크를 이용해 진입로를 새롭게 단장했다.

아차산은 1840년쯤 간행된 경기지(京畿誌)에는 악계산(嶽溪山)으로 표기돼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사람들은 아끼산, 아키산, 에께산, 엑끼산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랜 고려 때의 ‘삼국사기’에 아차(阿且)와 아단(阿旦)이 나타나고, 14세기에 쓰인 ‘고려사’에서 아차(峨嵯)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어찌됐든 오래 전부터 ‘아차산’으로 불린 것으로 보인다. 원래 아단이었으나 이성계의 휘(諱)가 ‘단(旦)’이기 때문에 ‘차(且)’ 자로 고쳤다는 설도 있다. 현재는 ‘阿嵯山’, ‘峨嵯山’, ‘阿且山’ 등으로 혼용된다. 조선시대에는 용마산과 망우리 공동묘지지역을 포함해 아차산으로 불렀다.

이름이 재미있다보니 조선 명종 때 유명한 점쟁이였다는 홍계관의 전설이 전해진다. 명종이 쥐가 들어 있는 궤짝으로 홍계관을 시험했는데, 쥐의 숫자를 맞히지 못하자 사형을 명했다. 그런데 조금 후에 암쥐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가 들어 있어 ‘아차’ 하고 사형 중지를 명했으나 이미 홍계관은 죽임을 당했고, 이후 사형집행 장소의 위쪽 산을 아차산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아차산은 삼국시대부터 전략요충지였고 아차산성이 그 유적이다. 고구려의 유적으로 평가되는, 전쟁시 진지로 사용되는 보루(堡壘)가 여럿 발굴돼 보존되고 있다.

아차산에는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장군이 죽령 이북의 잃어버린 땅을 찾기 위해 신라군과 싸우다 이곳에서 죽었다는 전설도 전한다. 구리시는 매년 온달장군 추모제를 연다. 아차산에서 용마산(龍馬山)을 바라보면 마치 온달장군이 타던 ‘용마’ 같은 모양과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아차산 정상 직전에 한강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가 있다.

용마산은 아차산보다 높다. 조선시대 산 아래에 말 목장이 많아 그같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명 장군봉이라고도 하는데, 이곳 역시 중랑천 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고구려의 보루가 여럿 발견됐다.

아차산 들입목에서 팔각정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용마산을 보고 대원외국어고로 하산하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망우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 10여분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주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아차산에서 망우산에 이르는 능선은 오른쪽으로 한강을 내려다보며 그런대로 호쾌한 맛이 있다. 아차산 끝은 긴 나무계단으로 잘 정비가 돼 있는데 이들 계단을 내려서면 거기서부터 망우산이다.

망우산보다는 망우리공동묘지로 유명하다. ‘망우리(忘憂里)’란 이름은 태조가 지금의 구리시 건원릉 자리에 자신의 묏자리를 정하고 돌아오다 이곳에서 ‘이제 시름을 잊겠다’(於斯吾憂忘矣)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하는데, 이곳에 공동묘지가 들어설 것을 예고나 한 듯한 기막힌 이름이다. 1933년부터 공동묘지로 사용되기 시작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동묘지가 아닌가 싶다. 현재는 분묘가 많이 줄어 1만5000기 정도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 어린이운동의 효시인 방정환,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인 오세창, 한용운, 종두법 보급의 선구자인 지석영, 진보당 당수로 이승만에 의해 사형을 당한 조봉암 등의 묘소가 있다. 또 시인 박인환, 문일평, 화가 이중섭, 소설가 계용묵, 김말봉, 작곡가 채동선 등의 묘소가 이곳에 있다. 1998년에 공원 내의 순환도로 5.2㎞를 산책로로 만들어 그 이름을 ‘사색의 길’로 짓고 이들 유명 인사들의 묘소에 ‘연보비’를 세웠다. 이 묘소를 둘러보는 것도 이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다.

박인환 시인의 묘소 앞에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 통속하거늘 한탄할 / 그 무엇이 무서워서 /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목마와 숙녀’ 중 한 구절을 새긴 시비가 서 있다. 자세히 보니 ‘1926~1956’이다. 서른 나이에 시인이 세상을 등진 것을 새삼 확인하고 감회에 젖는다.

망우리묘역은 묘소를 옮기고 시민공원으로 새로 태어날 예정이라고 하니, 한편 반갑지만 지금의 고적한 분위기가 사라질 것같아 아쉽기도 하다.

코스

▲ 아차산공원관리사무소 - 팔각정 - 낙타고개 - 아차산 정상 - 제2 헬기장 - 용마산 정상 - 제2 헬기장 - 깔딱고개 - 망우리묘역 - 사색의 길 - 망우리공원묘지관리사무소

대중교통
▲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도보 약 15분 소요) = 1번 출구 → 광장초등학교 앞 좌회전 → 아차산생태공원 ▲ 5호선 아차산역(도보 약 25분 소요) = 2번 출구 → 영화사 → 아차산 주차장 → 아차산생태공원

글·사진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1-30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013001032030008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