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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볼 시간’ 알려주는 유전자 발견

산포로 2020. 10. 21. 14:50

‘소변볼 시간’ 알려주는 유전자 발견
유전자 결핍 환자와 생쥐 실험 통해 확인


사람들은 대개 하루에 대여섯 번 정도 소변을 본다. 당장 요의를 느끼지 않더라도 향후의 스케줄을 고려해 미리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제쯤 소변이 나올 것이라고 느끼고, 배뇨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팀을 비롯한 공동 연구진은 피에조2(PIEZO2)라는 유전자가 강력한 소변 충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14일 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 국립보건원(NIH) 지원 연구로, NIH 임상시험에 참여한 일부 환자와 생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는 방광이 가득 차서 비워야 할 때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신체 감각 관련 세포를 도와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발견으로 유전자 조절을 통해 작동하는 감각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되게 됐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 누는 소년’ 상 ©Pixabay/ Walkerssk

논문 시니어 저자인 스크립스 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안(Ardem Patapoutian) 교수는 “배뇨는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로 우리 몸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 유전자와 세포들이 배뇨 과정 시작에서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건강한 상태에서나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배뇨작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더욱 상세한 이해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파타푸티안 교수팀과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NIH 산하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의 알렉스 체슬러( Alex Chesler) 박사팀 그리고 NIH 국립 신경 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NINDS) 카르스텐 뵈네만(Carsten Bönnemann) 박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방광 팽창 측정과 신경계에 긴장 신호 전달


소변은 신장이 혈액에서 노폐물과 과도한 물을 추출해 방광으로 보내면서 생성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광은 소변이 차서 풍선처럼 팽창돼 방광 근육에 긴장이 가해진다. 이어 어떤 특정 지점에서 신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감지해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게 된다.


PIEZO2 유전자에는 세포가 늘어나거나 압착될 때 활성화되는 단백질의 생성 지침이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PIEZO2에 유전적 결함을 지니고 태어난 환자들은 방광 충만을 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생쥐 실험을 통해 이 과정에서 PIEZO2 유전자가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특정 방광 세포들이 팽창 상황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아울러 신경세포를 자극해 나머지 신경계에 긴장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인체 비뇨기 시스템 그림. ①인체 비뇨기 계통 ②신장 ③신장 골반 ④요관 ⑤방광 ⑥요도(전면 좌측) ⑦부신 혈관 ⑧신장 동맥과 정맥 ⑨하대정맥 ⑩복부 대동맥 ⑪총장골동맥 및 정맥 ⑫간 ⑬대장 ⑭골반 ©Wikicommons / Jordi March i Nogué

파타푸티안 박사팀은 2010년 생쥐의 뇌종양 라인에서 PIEZO2와 함께 이와 비슷한 PIEZO1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전까지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털이 있는 피부 세포에 도움을 주거나, 모양이나 압력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돕는 사례를 파리나 벌레, 생쥐 등 몇몇 사례에서만 드물게 알고 있었다.


유전자 발견 이후 파타푸티안 박사팀을 비롯한 다른 연구팀은 주로 쥐에서 PIEZO2 유전자가 촉각과 진동, 통증 그리고 공간에서 자기 신체를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고유 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 조절을 포함한 많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파타푸티안 박사팀과 체슬러 박사팀이 PIEZO2 유전자가 배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논문 제1저자인 파타푸티안 교수팀의 카라 마샬(Kara L. Marshall) 박사후 연구원은 “PIEZO2 유전자가 배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다른 내부 감각 과정에 관여하는 압력 센서이므로 이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연구에 사용된 생쥐의 방광. © Patapoutian lab, Scripps Researcher Institute, La Jolla, CA.

환자에 대한 조사와 생쥐 실험 일치


2015년에 돌파구가 열렸다. NIH 연구팀이 PIEZO2 유전자에 장애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발견해 이들에 대한 초기 평가를 실시한 결과 생쥐 실험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결과가 재현됐다.


PIEZO2 유전자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고유 수용성 감각이 없었고, 어떤 촉감이나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이들은 또 다른 공통점도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뵈네만 박사팀의 디마 사드(Dimah Saade) 연구원은 “우리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며, “거의 모든 환자들이 배뇨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어려서 배변 훈련을 받을 때 고통스러웠으며 종종 요로 감염에 걸렸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매일 배뇨 일정에 따라 소변을 보고 있었다.


연구팀은 5세부터 43세 사이의 환자 12명에 대해 의료 기록 조사와 초음파 스캔을 실시하고 환자 및 가족과 상세한 인터뷰를 했다.


거의 모든 환자들은 소변을 봐야겠다는 느낌이 없이 하루 종일 지낼 수 있으며, 대부분이 하루 정상 소변 횟수인 5~6회보다 적게 소변을 본다고 답했다.


환자 세 명은 하루 한두 번만 소변을 본다고 했고, 다섯 명은 마침내 요의를 느끼게 되면 갑작스러운 충동이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또 소변을 보기가 어렵다고 답한 일곱 명은 소변을 볼 느낌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용변 시작을 위해 아랫배를 눌러야 했다고 답했다.


마샬 박사는 “이런 결과들은 PIEZO2가 배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방광이 가득 찼다는 신호를 배근 신경절(DRG)이 뇌로 보내는데 PIEZO2 유전자가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보여주었다. 사진에서 보라색은 생쥐의 DRG, 하늘색은 PIEZO2 유전자. © Patapoutian lab, Scripps Researcher Institute, La Jolla, CA.

유전자 제거하자 배뇨 문제 일으켜


생쥐에 대한 심층 실험이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처음에 PIEZO2 유전자가 쥐의 방광에서 뇌로 신경 신호를 보내는 몇몇 배근 신경절(DRG) 뉴런에서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첨단 실시간 이미징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살펴보니 생쥐의 방광이 체액으로 가득 차면 세포 활동으로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PIEZO2 유전자가 방광 내벽 세포들 사이에 있는 몇몇 ‘우산(umbrella)’ 세포에서 켜져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논문 공저자이자 체슬러 박사팀의 니마 기타니(Nima Ghitani) 박사후 연구원은 “이는 PIEZO2 유전자가 요로의 어디에서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서로, 이 유전자들이 방광 조절을 도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뉴런과 ‘우산’ 세포에서 이 유전자를 제거하면 방광이 소변으로 차는 것에 대한 세포의 반응이 감소할 뿐 아니라, 생쥐가 배뇨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가 없는 돌연변이 생쥐는 요실금 징후를 보였고, 대조군 생쥐가 구석에 가서 소변을 보는 것과 달리 이 생쥐들은 아무 데서나 무작위로 소변을 봤다.


또 돌연변이 생쥐에게 배뇨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정상 쥐들보다 더 많은 체액과 압력이 필요했는데, 이는 환자들의 보고와 같은 상황을 연상시켰다.

 

과학 저널 ‘네이처’ 14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배뇨 조절장애 치료 위한 탐구 계속


연구팀은 또 두 가지 세포 유형 모두에서 유전자를 제거하면 그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돌연변이 쥐들의 방광 근육은 다른 정상 쥐들에 비해 더 두꺼워졌는데, 이는 감각의 상실이 방광을 개조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뵈네만 박사는 “신경과학자들은 신경계와 방광 조절 사이에 자동적이거나 의식적인 수준 모두에서 강력한 연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생쥐 실험 결과와 환자들의 사례 모두 중요한 센서인 PIEZO2 유전자 손실이 정상적인 방광 조절 이면의 신호 배선을 방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방광 자체의 형태까지 바꾼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우산 세포 혹은 DRG 뉴런 어느 한 곳에서 PIEZO2 유전자를 제거하면 두 종류의 세포에서 동시에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세포에서든 유전자를 제거하면 소변을 보기 위해 방광을 눌러 짤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방광을 눌러 짜는 동안에 가해지는 압력도 증가했다.


체슬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PIEZO2 유전자가 배뇨를 어떻게 긴밀하게 조정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이것은 신체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는 내부감각(interoception) 이해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PIEZO2 유전자가 배뇨와 다른 내부감각에서 하는 역할을 계속 조사하는 한편, 이번 발견이 배뇨 조절 장애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환자들에게 어떤 임상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탐구할 예정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2020.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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