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현대인의 뱃살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산?
Researchers found Neanderthal genes play roles in our susceptibility to eating disorders, schizophrenia and arthritis. The study follows separate research published yesterday which found that Neanderthal DNA can drive our smoking habits, mood swings, and skin tone/ @ Daily Mail(참고 1)
네안데르탈인은 오래 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현생인류의 친척이며, 몇 년 전만 해도 '넌 네안데르탈인이다'라는 말은 모욕이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현대인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10월 5일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공개했다(참고 2). 크로아티아의 빈디자 동굴에서 발견된 여성 네안데르탈인의 5만 년 된 뼛조각에서 추출된 놀랍도록 완벽한 유전체를 시퀀싱 해본 결과, 아프리카 밖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변이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DNA 중 일부는 콜레스테롤 수치, 복부지방 축적, 그리고 조현병 등의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고품질의 결과가 나온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는 이번이 두 번째에 불과하지만, 덕분에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어떤 DNA가 언제 어디서 현생인류에게 전달되었는지', '그 결과 현대인들이 어떤 질병에 취약하거나 강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두 개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를 확보한 것의 이점은 두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라고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의 토니 카프라 박사(진화유전체학)는 말했다.
맨 처음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는 빈디자 동굴에서 발견된 세 명의 것이 혼합된 것이었다(참고 3).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고(古) DNA 연구자들은 두 개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를 추가로 시퀀싱 했는데, 그중에는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에서 발견된 12만 2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고품질 유전체가 포함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상의 데이터들을 종합하여, "오늘날 유럽과 아시아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네안데르탈인의 DNA 흔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난 직후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한 결과물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오늘날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 동안 연구자들이 품었던 핵심적인 의문은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DNA는 현대인의 체내에서 무슨 일을 할까?'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주로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에 의존하여 20여 개 유전자 변이체의 기능을 열거했는데, 그 내용인즉 "알레르기, 우울증, 혈액응고, 피부병터(skin lesion), 면역장애 등의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참고 4).
마침내 10월 5일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AJHG)》에 실린 논문에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야네트 켈조 박사(계산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유전형질과 생리형질에 관한 데이터를 좀 더 자세히 분석했다(참고 5). 그들은 영국 바이오뱅크 예비연구(UK Biobank pilot study)에 참가한 11만 2천 명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그들이 네안데르탈인의 DNA 중 어떤 것을 물려받았는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를 근거로 하여,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대인의 몸속에서 일광노출에 대한 반응, 예컨대 피부가 햇빛에 그을리는 속도, 피부색, 수면패턴, 기분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AJHG의 논문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빈디자 네안데르탈인의 삶은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유라시아인 조상들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뒤섞인 사건에 시간적·공간적으로 근접한다. 그들은 지금으로부터 5~6만 년 전 중동지방에서 만나 짝짓기를 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DNA는 좀 더 나은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최근 고 DNA의 추출/분석방법이 부쩍 향상된 것도 한 몫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카이 프뤼퍼 박사(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여성 유전체의 염기들을 각각 30번씩 시퀀싱하고, 탄소동위원소분석법과 유전적 방법을 이용하여 골격의 연대를 추정했다(참고 6).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빈디자 네안데르탈인은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오늘날의 유럽 및 아시아인들에게 유전적으로 더욱 근접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뤼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새로운 변이유전자 16개가 현대인에게 전달되었음을 발견했는데, 그중에는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D의 혈중농도를 조절하는 유전자와, 섭식장애, 류마티스 관절염, 조현병,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반응에 (좋든 나쁘든)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각각의 유전자들이 현대인의 몸속에서 생체균형을 어느 쪽으로 이동시키는지를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더욱 금상첨화인 것은, 연구자들이 빈디자 네안데르탈인의 새로운 유전체 덕분에 '네안데르탈인과 아프리카 외부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유전자가 얼마나 다른지'를 좀 더 자세히 계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아시아인들은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2.3~2.6% 물려받았고, 서아시아인과 유럽인들은 1.8~2.4% 물려받았다고 한다. 한편 프뤼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12만 2천 년 전의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은, 그보다 훨씬 전인 13만 년 전에도 호모 사피엔스와 만나 짝짓기를 한 적이 있다."
알타이와 빈디자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는 매우 비슷한데, 이처럼 유전적 다양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이 (약 3천 명의 가임연령대 개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개체군 형태로 고립되어 살았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생활패턴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를 둘러싼 논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했던 탓에, 질병, 기근, 기후변화 등에 취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카프라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4955128/Humans-TWICE-Neanderthal-DNA-thought.html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early/2017/10/04/science.aao1887.full
3.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28/5979/680
4.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1/6274/648
5. http://www.cell.com/ajhg/fulltext/S0002-9297(17)30379-8
6.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37/6098/1028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0/your-neandertal-dna-making-your-belly-fat-ancient-genome-offers-clue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생명과학 양병찬 (2017-10-10 09:28)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7403&BackLink=L215Ym9hcmQvbGlzdC5waHA/Qm9hcmQ9bmV3cyZQQVJBMz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