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BPA의 대안으로 떠오른 TMBPF(테트라메틸 비스페놀 F)
어디에나 존재하는 비스페놀 A(bisphenol A)」라는 화학물질은 BPA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식품 및 음료수 캔의 내부를 코팅하는 데 사용된다. 코팅된 BPA의 두께는 2㏘로, 머리카락 한 올의 1/8 미만이다. 그것은 금속과 액체 간의 필수적인 장벽으로, 탄산음료의 거품과 풍미를 확실히 유지해 준다. 저렴한 비용, 내구성, 융통성 덕분에, BPA는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핵심적인 빌딩블록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BPA와 관련하여 중요한 건강상 우려가 제기되었다. BPA는 유방암, 전립샘암과 관련되어 있으며, 생식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BPA는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을 흉내냄으로써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그 밖의 내분비과정을 교란한다고 한다. 한편, 2000년대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 93%의 소변에서 BPA가 검출되었다. 그 결과 BPA 사용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잇따랐고,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특정한 BPA 제품이 금지되었다.
업체들은 BPA를 대체할 수 있는 코팅재를 찾는 데 혈안이 되었지만, 비닐과 아크릴 류의 반감기가 낮다거나 더 많은 코팅이 요구된다는 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다른 비스페놀들도 BPA와 동일한 문제점을 야기했다. 그러나 셔윈-윌리엄즈(Sherwin-Williams: 페인트, 코팅 제품 등의 건축 자재를 생산·유통·판매하는 미국의 종합 건축자재 회사)의 연구팀이 한 가지 대안(代案)을 제시했으니, "비스페놀을 계속 사용하되, BPA와 달리 내분비 교란물질(endocrine distruptor)이 아닌 것을 찾아낸다"는 것이었다.
연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작되었다. 연구팀은 수백 가지 상이한 '비스페놀 X'를 분석하여, 인체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분자구조를 물색했다. 그 결과 유망한 분자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이름은 TMBPF─테트라메틸 비스페놀 F(tetramethyl bisphenol F)─였다. TMBPF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화합물로, 한때 전자회로기판을 만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졌었다. 연구팀의 제안에 따르면, TMBPF의 이점(利點) 중 하나는 "BPA와 달리 코팅된 내벽에서 음료수로 누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TMBPF가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또한, 그들은 분자의 안전성을 확립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 과학자와 소비자귄익 보호단체의 참여를 허용했다. 그들은 터프츠 대학교의 애너 소토(면역학 교수)와 접촉했다. 그녀는 BPA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유명한 내분비학자다. 그녀의 연구실에서는 일련의 검사를 통해, "TMBPF가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지 않으며,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수많은 유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셔윈-윌리엄즈는 '불간섭주의'를 채택하여, 소토로 하여금 TMBPF를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광범위한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연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또 한 명의 과학자는 검사의 데이터와 기관(organ) 샘플을 검토하여, "TMBPF는 갑상샘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희소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 과학자는 "TMBPF가 '에스트로겐이 실험용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은폐할 수 있으며, TMBPF로 만든 폴리머가 테스토스테론에 유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연구를 지휘한 연구자에 따르면, 그 발견은 결정적이지 않으며 해당 세포에 특이적일 수 있다고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TMBPF에 대해 조심스런 낙관론을 펼치면서도, TMBPF가 다른 옵션보다 안전하다는 점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내분비계와 같이 복잡한 시스템은 현재까지 '결정적인 안전성 검사'의 접근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더 많은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셔윈-윌리엄즈는 남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셔윈-윌리엄즈는 이미 "v70"이라는 브랜드로 TMBPF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대변인에 따르면, 2017년 이후 220억 개의 깡통에 v70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3,500만 개의 깡통 중에서, v70이 코팅된 깡통이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대중의 건강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문제는 'v70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현재 TMBPF의 비용은 BPA의 두 배다. 그러나 회사의 대변인에 따르면, 그 정도의 비용이라면 다른 대안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산업계와 소비자단체가 궁극적으로 TMBPF의 안전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가격표'가 BPA에 맞먹는 TMBPF의 유명세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동영상 URL 복사 : https://youtu.be/KEDdcIafvm0
※ 출처: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7/6476/380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물산업 양병찬 (2020-01-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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