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유럽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을 둘러싼 논란
▶ 20여 개 유럽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COVID-19 백신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이번 주 결정은 ("사용 중단을 촉발한 심각한 혈액응고 및 출혈은 걱정스럽고 이례적이다"라고 말하는) 백신안전 전문가들과 ("팬데믹의 3차 물결에 휘말린 대륙에서 백신접종을 중단하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우려하는) 공중보건 당국자들을 분열시켰다.
설사 최악의 시나리오(혈액응고장애가 백신과 조금이라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짐)를 가정하더라도, '백신 접근권 박탈'의 피해는 백신접종의 이익을 엄청나게 상회한다"라고 리즈 대학교의 스티븐 그리핀(바이러스학)은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에서 말했다. 유럽의약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관련 보고서를 분석하는 동안 백신접종을 계속하라"라고 권고했다.
'AZ 백신이 혈액응고를 초래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메커니즘은 뭔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백신 안전성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섣불리 결정한 게 아니다. 평소에 건강했던 20~50세의 환자들에게서 증상이 발생했으며, 5개 국 이상의 발병 사례는 우연보다 빈번하다." (최소한 7명이 사망한) 환자들은 광범위한 혈액응고, 낮은 혈소판 수치, 내출혈(internal bleeding)—전형적인 뇌졸중이나 혈액응고와 다르다—로 고통을 받았다. "그건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라고 노르웨이 의약청의 스테이나 마드센은 말했다. "우리의 권위 있는 혈액학자에 따르면, 그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참고 1)는 최근, 미국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 36명 이상이 면역성혈소판감소증(ITP: immune thrombocytopenia)이라는 비슷한 혈액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그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증상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에서 더 흔하지 않다"고 덧붙였고, 미국의 백신접종은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마드센에 따르면, 유럽에서 최근 몇 주 동안 나타난 사례는 ITP와 다르다고 한다. 왜냐하면 ITP의 경우에는 유럽인들과 달리 광범위한 혈액응고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1,000만 명 이상에게 AZ 백신을 접종한 영국의 경우, 이례적인 혈액응고나 출혈장애 사례는 지금껏 보고되지 않았다.
▶ 유럽에서 발생한 첫 번째 환자는 오스트리아의 49세 응급실 간호사였다. 그녀는 지난주 (당국자들에 의하면) 혈액응고장애(clotting disorder)가 내출혈로 이어져 사망했다. (그녀와 함께 백신을 투여 받은 또 한 명의 동료는 폐색전증을 앓았는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에서도 4명의 환자에게서 그녀와 유사한 증상이 발견되어, 그중 2명이 사망했다"라고 마드센은 말했다.
독일의 당국자들에 따르면, "최근 AZ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에서 지난 월요일 7건의 대뇌정맥혈전증(CVT: cerebral venous thrombosis) 사례를 보고받았는데, 그중 3명은 치명적이었다"라고 한다. 그 드문 형태의 뇌졸중에서, 환자들은 뇌에서 혈액을 배출하는 정맥이 차단되는데, 이는 다량의 치명적인 뇌출혈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7명의 환자들은 모두 혈소판 수치가 낮았는데, 이는 매우 광범위한 혈액응고의 징후일 수 있다. "한 환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핏덩이를 갖고 있었다"라고 독일 뮌헨 클리닉의 클레멘스 벤트너(혈액핵, 감염병 전문가)는 말했다. 벤트너는 그 환자들을 보고 파종혈관내응고(DIC: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전신에 핏덩이가 형성되어, 혈소판 공급이 고갈되는 증상—라는 증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핏덩이가 혈관을 파열시키면, 인체는 내출혈을 멈출 수 없으므로 뇌나 그 밖의 기관들이 손상될 수 있다.
독일 하노버 의대의 아놀트 간저(혈액학)에 의하면, 그는 백신을 접종받은 지 며칠 내에 CVT가 발병한 또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그 환자는 또 하나의 질환인 비정형적 용혈성요독증후군(HUS: hemolytic uremic syndrome)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환자는 60세 이상의 여성인데, 독일 정부가 지난 월요일에 발표한 7건의 사례에 포함되지 않았다.) HUS는 DIC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혈관벽이 손상됨으로써 발생한다는 점이 다르다. HUS는 통상적으로 세균성 독소에 의해 발생하지만, 미지의 요인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HUS는 보체계(complement system)를 겨냥하는 항체로 치료될 수 있으며, 간저에 의하면 그 환자는 항체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독일은 이번 주 월요일 (독일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담당하는) 파울 에를리히 연구소(PEI: Paul Ehrlich Institute)의 권고에 따라 AZ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PEI의 클라우스 치후텍 소장에 따르면, 7건의 CVT 사례는 백신을 접종받은 지 4~16일 사이에 발생했으며, 한 분석에 의하면 그 기간에 CVT가 발생할 확률(기대값)은 '160만 명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지난 일요일 개최된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여기에는 한 가지 패턴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백신이 CVT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라고 치후텍은 말했다.
'사례의 (예상보다) 빈번함'과 '증상의 심각성과 난치성' 말고도, 독일이 AZ 백신의 접종 중단을 결정한 또 한 가지 이유는 'COVID-19로 사망할 위험이 낮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CVT에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백신 접종이 중단된 동안, '백신을 접종받은 후 일주일 동안 지속적인 두통이나 이례적인 멍(bruising)이 발생한다면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라고 치후텍은 말했다.
그러나 PEI의 결정은 (당분간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EMA와 상충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다 보면, 백신을 접종한 후 드물거나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EMA의 에머 쿡 청장은 3월 16일의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EMA는 목요일에 회의를 열어, '백신접종과 매우 이례적인 증상 사이의 상관관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EMA는 백신의 혜택이 위험을 상회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라고 쿡은 말했다.
▶ 마드센이 생각하기에, 최근 발생한 이례적인 증상은 '매우 강력한 면역반응'의 결과물이다. "급성감염은 혈액응고와 출혈을 촉발하고, 때로는 DIC로 비화할 수 있다"라고 벤트너는 지적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혈액응고는 COVID-19의 특징이기도 하다. 벤트너에 따르면, 이례적인 증상을 겪은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받기 전에 COVID-19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환자들이 (현장에서 COVID-19에 노출될 수 있는) 보건의료종사자나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이미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백신을 접종받는 바람에 면역계의 과잉반응이 촉발되어 혈액응고증상으로 귀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간저에 따르면, CVT를 겪는 환자들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그러나 경미한—증상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AZ 백신의 특정 배치(batch)가 문제(이를테면 오염이나 용량 초과)를 일으켰을 수 있다고 추론한다. 그러나 쿡은 3월 16일, 그런 가능성을 배제했다. 왜냐하면 유럽 전역의 환자들은 매우 다양한 배치에서 나온 백신을 접종받았기 때문이다. AZ는 많은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을 공급하는데, 모든 배치가 동일한 공장에서 출하되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AZ는 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EU와 영국에서 AZ 백신을 접종받은 1,700만여 명의 사람들의 안전성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신중히 분석한 결과, 어떤 연령대·젠더·배치·국가에서도 폐색전증,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혈소판감소증(thrombocytopenia)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지만, 입수 가능한 증거로는 백신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 백신 접종 중단은 (그렇잖아도 미국과 영국에 비해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 건수가 급증했던) 유럽을 신속히 위기에 몰아넣었다.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유럽 전역에서 매일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AZ 백신을 접종받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유럽의 규제기관들은 부작용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향후 4주 동안의 백신접종률은 '얼마나 많은 독일인들이 3차 물결에서 궁극적으로 COVID-19에 걸려 사망할 것인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디르크 브록만(질병모델링 분석가)은 말했다. "우리는 신속한 백신 접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UEA)의 감염병 전문가인 폴 헌터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설사 백신 때문에 CVT의 위험이 '100만 명당 5명 이상‘으로 늘어나더라도, 40대 중반 남성의 COVID-19로 인한 사망률은 0.1%(100만 명당 1,000명)다."
"부작용이 드물다는 사실과 백신의 혜택이 엄청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사 합병증이 백신 때문일지라도 신중을 기하며(특정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의 행동강령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킴, 일부 집단을 백신접종에서 배제함) 백신접종을 재개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치후텍은 말했다. "유럽은, 가능하다면 이번 주 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독일의 정치가이자 역학자인 카를 라우터바흐는 '안전성 문제를 조사하는 동시에 백신접종을 계속하는 것'을 지지한다. 그러나 벤트너에 따르면, 반응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당국자로서는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백신과 약물의 안전성에 관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상을 숨기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조사 결과 부작용과 백신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더욱 향상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ytimes.com/2021/02/08/health/immune-thrombocytopenia-covid-vaccine-blood.html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3/it-s-very-special-picture-why-vaccine-safety-experts-put-brakes-astrazeneca-s-covid-19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3-18)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8862